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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 아니다”
스즈키컵 우승 직후 두 팔을 번쩍 들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감독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또 한 번의 기적에 도전한다.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59) 감독이 한국과 베트남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축구인들은 “박 감독은 어느 날 아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지도자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박항서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좌한 건 잘 알려진 사실.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박 감독을 코치로 뽑았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박 감독은 이미 좋은 스펙을 가진 지도자였다”고 했다. 박 감독은 1988년 럭키금성에서 은퇴한 뒤 친정 팀에서 1996년까지 코치를 맡았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수원 삼성에서 코치를 지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트레이너로 본선에 참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프로 클럽에서 연이어 코치를 하고 월드컵 경험까지 했다는 건 지도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동메달에 그친 뒤 사퇴해 ‘야인’으로 지낼 때 포항 사령탑이던 최순호(56) 감독은 3년 선배인 그를 코치로 영입했다. 선후배 질서가 확실한 축구에서 감독보다 나이 많은 코치는 사상 처음이었다. 최순호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성공한 박 감독의 능력이 우리 팀에 도움될 거라 믿었고 실제로 와서 잘 해줬다”며 “박 감독이 카리스마 있고 강한 기질을 지녔는데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선수들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지 학습이 잘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박항서 감독.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은 계속된다. 그의 눈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 베트남은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이란(29위)을 비롯해 이라크(88위), 예멘(135위)과 한 조에 속해 있다.
24개국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은 각 조 1,2위와 3위 6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팀이 16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베트남은 이라크, 예멘과 조 2~3위를 다툴 전망이다. 베트남 팬들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이어 얼마 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달성한 박 감독이 UAE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가져다 줄 거라 믿고 있다.
베트남공화국(자유월남) 시절이던 1956년과 1960년을 빼고 1976년 통일 이후 베트남이 아시안컵 본선에 참가한 건 2007년이 유일하다. 당시 베트남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대회를 공동 개최한 개최국 자격이었다. 베트남은 개최국 4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번 UAE 대회는 베트남이 아시안컵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한 첫 대회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 직후 “이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다. 20일부터 아시안컵에 대비할 것”이라며 “아시안컵에서는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우리 대표팀은 평균 나이가 23.5세로 젊다. 머뭇거리지 않고 부딪힐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