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상대로 일명 '로비'를 벌이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관(對官)담당 직원들이 의원실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 국회를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 입법보조원이 피감기관에겐 편의를 봐주고, 의원에겐 청탁의 창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회 내부에서도 자정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 A씨는 민간 기업 H사에서 국회 대관업무를 담당하는데, 박 의원실 소속 입법 보조원 자격으로 국회 출입증을 발급 받았다.
일반 민간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통상 국회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작성, 당일에 한한 임시 출입증을 발급 받는다. A씨는 이같은 절차 없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자유롭게 국회를 드나들었다. 국회의원 아들이란 점을 이용해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출입증 발급 사실을 최근 알고 곧바로 반납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모든 국회의원은 총 9명의 유급 보좌진 외에도 2명의 입법보조원을 둘 수 있다. 입법 보조원은 임금을 받지 않는 대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돕기 위해' 출입증을 발급받는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박 의원처럼 원래 취지와 달리 가족부터 지역구 후원자, 기업의 대관 업무 직원들을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 대관 담당자들이 입법 보조원으로 등록돼 국회를 마음대로 출입하고 있다"며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관 담당자가 국회 보좌진 출신들이 많아 친분을 내세워 부탁하면 거절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아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을 받고 있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부동산 블록체인 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의 대관과 홍보팀의 경우 국회의원이 감사해야 할 피감기관인만큼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출입증으로 국회를 출입하면 기록도 남지 않는다. 또 다른 민주당 보좌진은 "대관 직원에게 의원이 뒷돈을 받았다고 치자"라며 "임시출입증을 쓰고 들어왔다면 기록이 남을텐데, 입법보조원 출입증은 기록이 안 남아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고 악용 소지를 우려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자체 정화 노력 외엔 뾰족한 제도 개선책이 없다는 점이다.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은 "입법보조원 선정은 사무처가 아니라 전적으로 의원실 권한"이라며 "사무처는 의원실이 요청한 입법보조원의 신원 조회만 할 뿐, 대관 담당자인지 여부 등을 국회의원에게 따질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선보단 국회의원 스스로 자정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직 보좌관은 "국회 스스로 입법보조원 실태를 전수조사해 시정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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